[현장목소리]눈물의 호소 "아산 문제, 신중한 검토 부탁드립니다"

    기사입력 2018-10-12 17:55:23

    아산 무궁화 축구단의 선수수급 중단사태에 관련한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플래카드를 들고 취재진 앞에 선 참석자들의 모습.
    기자회견에는 전 국가대표 김병지, 송종국, 현영민, 박건하, 최진철과 경찰축구단 출신 현역 선수인 염기훈, 김은선, 신형민, 정혁, 최보경, 아산무궁화 서포터즈가 참석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0.12/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해주십시오."

    국가대표 선배들의 목소리에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었다.

    김병지 최진철 염기훈 등 전현직 선수10명과 아산 서포터즈 등 총 14명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의 일방적인 선수수급 중단 방침 철회와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경찰대학은 아산에 올 시즌 충원 불가 공문을 발송했다.<스포츠조선 9월 14일 단독 보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예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2019년 14명만 남게되는 아산은 K리그2(2부리그) 참가도 어렵게 됐다. K리그 선수규정 제4조 제1항에는 '클럽별 등록선수 수는 최소 20명'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산 산하 유소년클럽(U-18, U-15, U-12)도 연쇄적으로 해체돼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경찰 측은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축구 선배들이 목소리를 냈다. 김병지는 "만약 올해 선수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19년 아산은 14명의 선수만 남게 돼 K리그 참가가 불가능해진다. K리그의 파행은 물론, 이번 러시아월드컵 대표로 활약했던 주세종 등 남은 선수들이 축구선수로서 활동할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 점차적인 인원 축소, 충분한 협의를 통한 결정 등 세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최진철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축구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이 경력 단절이 된다. 한국 축구에 많은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국가 정책의 반대가 아니다. 유예기간을 줘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를 바란다. 조금 더 심사숙고 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건하 해설위원은 "아산 구단이 사라지면 속해 있는 선수와 유소년, 팬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많이 퍼져서 더 많은 축구팬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종국 해설위원 역시 "선수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이다. 축구 선수로서는 꽃을 피워야 할 나이다. 20년 가까이 축구 하나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다. 이런 사태로 축구 인생을 한 순간에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게 동참해서 사태가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염기훈(수원)은 "내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경찰청에서 뛰었던 덕분이다. 가슴이 아프다. 몸 담았던, 군복무했던 팀이 한순간에 해체 된다고 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순간의 결정이 아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입대 선수, 예비 입대자, 팬들도 많이 속상할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뜻을 더했다.

    서포터즈 윤효원 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윤효원 씨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추억이고 삶이다.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다들 소중한 무언가가 있듯 우리 팀이 소중하다. 남은 14명의 선수, 유소년, 팬 모두를 애정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군경팀이라는 시선 하나로 싫어하기 보다는 똑같이 축구 좋아하는 팬으로 알아보고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다음은 성명 전문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2018년 대한민국 축구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과 아시안게임 2연패로 국민 여러분께 큰 기쁨과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20대에 전성기를 맞은 축구선수들이 상주상무와 아산무궁화축구단을 통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물론 2023년까지 의무경찰을 폐지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아산무궁화도 2023년경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9월 돌연 입장을 바꿔, 당장 올해부터 아산무궁화의 선수 선발을 중단하겠다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약 올해 선수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19년 아산무궁화는 열네명의 선수만 남게돼 K리그 참가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K리그의 파행은 물론, 이번 러시아월드컵 대표로 활약했던 주세종 등 남은 열네명의 선수들이 축구선수로서 활동할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아산무궁화가 해체되면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많은 선수들에게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산무궁화가 운영하고 있던 유소년 클럽들도 연쇄해체돼 축구 꿈나무들의 진로에도 문제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희는 경찰청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요구합니다.

    쳇째.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해주십시오.

    둘째. 최소 2년간은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소를 통해 현재 복무중인 선수들과 입대 예정인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불안을 최소화해주십시오.

    셋째. 아산무궁화 운영에 대한 향후 계획을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아래 결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주십시오.

    앞으로 2년간 아산무궁화에서 기량을 연마한 선수들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주축 선수들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다시금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경기장 안팎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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