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혁의 전후반 분석] DB 이상범 감독, 트리플 더블 앞둔 포스터 왜 교체했을까

    기사입력 2019-01-12 19:07:30

    마커스 포스터의 덩크슛 장면. 리그 최고의 단신 외국인 선수의 진가를 보여줬다. 사진제공=KBL

    흥미로운 장면이 많은 경기였다. 마커스 포스터의 트리플 더블에 어시스트 3개가 남은 상황. DB 이상범 감독은 승부처에서 포스터 대신 센터 리온 윌리엄스를 기용했다. 이유가 있었다.

    DB는 극적 3점슛 버저비터 주인공 유성호와 지난 경기 맹활약한 정희원이 자신감을 붙었다. 'DB 특수'를 누렸다.

    DB가 SK를 눌렀다.

    DB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SKT 5GX 2018~2019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SK를 86대79로 눌렀다. DB는 2연패의 사슬을 끊고,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6위로 복귀.

    전반전

    DB 이상범 감독은 "6강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DB는 7위로 떨어진 상황.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SK도 천신만고 끝에 KT전에서 연패를 끊었지만, 다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1월15일 애런 헤인즈가 돌아온다. 대체 외국인 선수 아이반 아스카의 사실상 마지막 경기. 때문에 6강 경쟁을 위해서는 이날 승리가 매우 중요했다.

    DB는 여전히 위력적인 로테이션을 계속 돌렸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사정 상 고정 주전은 없다. 30분 이상 뛰는 국내 선수는 거의 없다. 지금 구조에서는 그래야 장기 레이스에서 부상을 최소화하고 우리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윤호영이 주전으로 나섰다. 팀의 중심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 경기 초반 흐름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포석. 11-9로 앞서 나가면서 초반 리듬을 잡자, 유성호로 교체했다. 가드진도 김현호에서 원종훈으로 바꿨다. 정희원과 한정원이 코트를 밟았다. 결국 1쿼터 막판 스타팅 라인업의 선수는 한 선수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력은 잃지 않았다.

    1쿼터는 팽팽한 접전이었다. 안영준의 3점포와 아스카의 미드 레인지 점퍼로 SK가 기세를 올리자, DB 역시 윌리엄스의 골밑 돌파와 김현호의 3점포를 응수. SK 역시 포스터가 나오자,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최원혁을 붙였다. 여기에 새로 가세한 단신 외국인 선수 로프튼까지 투입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외곽슛이다. 로프튼은 슈터다. 활동력이 현재 그리 좋지 않지만, 믿고 써야 한다"고 했다. 15-15 동점 상황에서, 로프튼이 1대1 드리블 이후 3점슛을 성공시켰다. 18-15, 3점 차 SK 리드로 1쿼터 종료.

    1쿼터 막판 좋은 기세가 이어졌다. SK 로프튼은 곧바로 3점포를 꽂아넣었다. 슛이 정확했고, 첫 3점슛이 깨끗하게 통과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유성호가 아까운 골밑 슛을 놓치자, SK 아스카가 그대로 속공으로 반격. 23-17, 5점 차. 이때 올 시즌 최고의 단신 외국인 선수 마커스 포스터의 위력이 나타났다. 포스터의 장점 중 하나는 하체 밸런스가 흔들려고, 끝까지 슈팅 릴리스를 안정적으로 가져간다는 점이다. 그만큼 릴리스 포인트가 고정돼 있다.

    코너에서 하체가 무너진 상황이었지만, 그대로 3점슛을 꽂아넣었다. 곧바로 박지훈이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레인지 점퍼를 깨끗하게 꽂아넣었다. 박지훈의 주특기가 나왔다.

    DB의 수비는 견고했다. SK는 골밑 최준용의 미스매치를 이용하려 했지만, 최준용의 공격 기술은 너무 단순했다.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때, 윌리엄스가 3점슛 오픈 찬스가 나왔다. 1쿼터에도 그랬다. 아스카의 새깅 디펜스.

    윌리엄스는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뒤 그대로 3점포를 꽂아넣었다. 25-23, 2점 차 DB의 리드.

    2쿼터 4분39초를 남기고, 인상적 장면이 나왔다. 최성모와 트레이드된 정희원. 윌리엄스가 공격 리바운드를 받은 뒤 곧바로 속공. 정희원은 드리블을 친 뒤 3점슛 라인 바로 앞에서 그대로 슛을 꽂아넣었다. 속공 찬스였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DB 이상범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오픈 3점슛은 망설이지 말라"고 얘기했고, 선수단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되는 모습.

    SK는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 이유가 있었다. 로프튼을 수혈했지만, 외곽에서 3점슛을 쏠 수 있는 선수는 안영준과 김선형 정도였다. 그런데, 포스터의 수비를 위해 최원혁을 기용했다. 김선형을 투입,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스터를 막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 경기 전 문 감독은 "현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의 득점이 고정적이지 않다. 75점 이상을 주면 승리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런 고민이 반영된 선수 기용.

    하지만, 계속 공격이 풀리지 않자, 2쿼터 막판 김선형 최원혁 로프튼 등 3가드를 쓰면서 공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2쿼터 막판 DB는 팀 플레이에 의한 정희원, 윤호영의 3점포가 터졌다. SK는 로프튼이 3점슛과 함께, 미드 레인지 점퍼를 꽂으며 응수했다. 로프튼의 공격력은 준수했다.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예리했고, 외곽의 3점슛 셀렉션도 상당히 괜찮았다. 전반 1분32초 전 40-32, 8점 차까지 DB가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결국 5점 차 리드로 끝났다. SK가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전반전.

    DB의 전반 3점슛 성공률은 63%(8개 시도 5개 성공). SK는 25%. 여기에 자유투 성공률은 45%(11개 시도 5개 성공). 데이터로만 보면 DB가 10점 정도의 리드를 잡아야 했지만, 5점 차. 양팀 모두 나쁘지 않았던 전반전.

    KT에서 트레이드된 정희원. 망설임없는 3점슛 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진제공=KBL

    후반전

    강력한 변수가 발생하는 듯 했다. 3쿼터 58초, 아스카가 점프슛을 하고 내려오는 도중, 윌리엄스의 발을 밟고 발목이 돌아갔다. 상당히 심하게 꺾였고, 절뚝거리면서 코트를 빠져 나갔다.

    하지만 5분56초를 남기고 다시 들어왔다. 발목이 꺾였지만, 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SK는 로프튼의 외곽포와 안영준의 돌파로 점수를 쌓았다. 단, 안영준의 경우 기량이 매우 좋은 선수인데, 안 좋은 버릇이 있다. 5분1초를 남기고 골밑 돌파 과정에서 유성호와 접촉이 있었다. 애매한 파울이었다. 이 부분은 심판의 고유권한이다. 파울이 불렸다. 유성호는 억울해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안영준이 습관적 플랍성 목 꺾음을 한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챔프전부터 계속 그랬다. 수정되어야 할 버릇이다.

    DB에 변수가 발생했다. 윌리엄스가 리바운드 다툼 과정에서 파울, 4반칙으로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벤치행.

    이때, SK도 타이트한 수비로 포스터를 수비하던 최원혁이 잇단 파울로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최원혁은 지난 시즌 디욘테 버튼을 1대1로 밀착마크할 정도로 수비가 상당히 강한 선수. 그가 없으면 포스터의 내외곽 공격을 막을 카드 하나가 없어지는 셈.

    DB가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유성호의 자유투 2개, 김태홍의 속공이 이어졌다. 56-45, 11점 차, SK의 1차 위기였다. SK가 안영준의 3점포, 아스카의 자유투로 분위기를 추스렸다.

    이때, 유성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성호는 지난해 12월20일 전자랜드전에서 극적 3점 버저비터를 터뜨린 뒤 자신감이 급상승한 모습. 이날도 자신감있게 오픈 3점슛을 꽂아 넣었다. SK가 연속 6득점, 3쿼터 막판 맹추격하자, 공격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스카를 제치고 깨끗한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는 좋은 플레이.

    4쿼터 초반, 양팀의 차이를 극명히 나타내는 상징적 장면이 나왔다. DB는 골밑에 투입한 뒤 빠른 2번의 패스로 코너에 오픈 찬스를 만들었다. 박지훈이 깨끗하게 꽂아넣었다. DB는 주전 센터 윌리엄스가 파울 트러블이 걸린 상황. 스몰 라인업을 운영했고, 아스카가 볼을 잡자 더블팀 & 로테이션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SK의 패싱도 원활했다. 아스카를 거쳐, 코너의 이현석에게 도착. 하지만 슛이 불발됐다. SK는 외곽슛 옵션이 상당히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외곽슛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했다. 하지만 SK는 김선형과 안영준 최준용이 있었다. 김선형이 트랜지션을 이끌었다. 3점포를 성공시켰다. 안영준도 외곽에서 3점슛을 꽂아넣었다. 김선형의 속공은 위력적이었다. 경기종료 4분58초를 남기고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까지 성공시켰다. 75-71, 4점 차 SK의 맹추격. 승부처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때, DB는 아껴뒀던 윌리엄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포스터가 3개의 어시스트만 하면 트리플 더블을 달성하는 상황.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 이상범 감독은 과감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었다. DB가 스몰라인업을 운영하면서, 외곽슛 위주의 공격을 했다. 불발되면서 잇따라 김선형이 속공으로 연결시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DB 입장에서는 이 불리한 흐름을 끊어야 했다.

    윌리엄스는 곧바로 파울 자유투를 얻어내면서, 흐름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3분6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 남은 시간은 2분2초, 이현석의 3점포로 81-79, DB의 2점차 살얼음판 리드.

    이때, 포스터가 윤호영과 멋진 기브 앤 고(패스를 주고 골밑돌파 후 패스를 받는 기본전술)로 골밑을 돌파한 뒤 페이크로 파울까지 얻어냈다. 3점 플레이. 결정적 플레이였다. 이후, SK 최준용의 실책을 그대로 속공으로 연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속공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남은 시간은 1분14초, 86-79, 7점 차.

    이때, 김현호는 김선형의 슛을 블록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 장면. 김선형의 속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지만,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김현호의 수비 센스도 만만치 않았다.

    포스터는 19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 트리플 더블은 놓쳤지만, 막판 승부처에서 5득점을 몰아넣는 등, 최고의 단신 외국인 선수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유성호는 3점슛 1개를 포함, 13득점. 정희원은 6득점(3점슛 2개).

    여전히 국내 선수진은 무명들로 구성돼 있지만, 왜 DB가 강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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