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의 관광포커스= 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 약인가 독인가?>

    기사입력 2018-03-12 14:37:02






    '멀리 날아야 산다?'

    창공을 나는 갈매기나 타석을 떠난 야구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요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다. 그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며 항공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온 LCC가 이제는 장거리 노선 진출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그간 단거리 노선위주로 약진하며 항공시장을 분할해 온 LCC의 기세라면 글로벌 항공시장 전체를 뒤흔들 강력한 도전이다.

    LCC는 왜, 멀리 날으려 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현 중단거리 항공노선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제선 중단거리 노선에서 LCC의 점유율과 이에 따른 성장세는 가파르다. 10여 년 전 출범 당시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이는 LCC의 가격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IMF구제 금융, 리먼 사태 등을 거치며 주머니가 더욱 가벼워진 서민과 이른바 '80만원 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마저도 대거 해외여행대열에 동참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의 사드여파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LCC업계는 일본-동남아를 중심으로 노선 공급을 늘리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현재 국내 항공시장의 국제선 중단거리 노선에서 LCC 노선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7%에 이른다. 단순히 비중만 높은 게 아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에서 국내 대형항공사 운송 실적이 전년 대비 1.9% 감소하는 동안 LCC는 41.9%나 증가했다.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일본의 경우 웬만한 소도시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갔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결국 저비용항공사들 간 출혈 경쟁도 나날이 심화되는 추세여서 새로운 시장개척 등 생존 솔루션이 절실한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 마다 전략은 각각이다. 중-대형기 도입으로 직접 취항에 나서는가 하면 외항사, 항공얼라이언스 가입 등을 통한 노선 제휴로 운항 효과를 꾀하기도 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가장 먼저 움직인 LCC는 진에어다. 진에어는 지난 2014년 LCC 최초로 393석 규모인 B777-200ER을 도입해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노선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기종의 항속거리는 1만2610km로, 국내 LCC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B737-800(항속거리 5100km) 대비 두 배 이상이 길다. 진에어는 현재 이 기종을 호주 케언즈,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또 국내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비행시간이 9시간 넘게 걸리는 하와이에도 취항했다.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도 중대형기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2020년부터 중-대형기를 도입하고 2025년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을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최대 8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한 미국 보잉사의 B737-MAX8을 도입해 내년부터 싱가포르, 발리 노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도 오는 2020년 A321-200 NEO 도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중대형기 A350 등 차츰 대형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규모가 비슷한 항공사들의 연합체인 항공 얼라이언스를 활용한 장거리 노선 확보도 늘고 있다. 공동운항 등 상호 협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노선을 다양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항공사 간 제휴를 통해 각자 운항하는 노선을 연결해서 운항하는 인터라인 협력으로 장거리 취항에 나서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태국 방콕에어웨이즈, 캄보디아 앙코르항공 둥과 께 하고 있다. 또 저비용항공사 동맹체인 '밸류 얼라이언스'에도 가입해 회원사인 세브퍼시픽과의 노선 연계로 '인천~필리핀~호주'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저비용항공사의 장거리노선 진출이 마냥 장미빛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미 선험 항공사들의 사례가 좋은 답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저비용항공사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대표적 사례다. 사우스우스트항공은 단일기종 운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수송객수 미주 1위에 올랐다. 급기야 아메리카항공을 잡고 미국 최대 항공사로도 우뚝 섰다. 비행기를 300대 넘게 보유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역시 당장의 채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 LCC의 강자 에어아시아의 경우도 장거리노선에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대신 이를 위한 별도의 회사 '에어아시아 X'를 설립해장거리 노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현재 장거리노선 운항 추진을 미루고 있다. 상황을 주시하는 단계다. 역시 당장의 채산성 부족이 이유다.

    한편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진에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진에어는 간판 장거리 노선인 하와이노선을 올봄부터 계속운항하지 않고 여름 등 성수기 위주로 운항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진에어가 하와이라는 상징성 대신 효율성을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결국 LCC의 대형항공기를 앞세운 장거리노선 취항이 성수기에만 통한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잘 나가는 사업은 신기루다, 언제든 버릴 준비를 하라'는 격언이 있다. 영원한 것은 없는 만큼 성장기에 미래를 대비하라는 뜻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경우도 이 같은 격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포화상태에 이른 중단거리노선 시장을 넘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거리노선 개척 또한 대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 대형항공사와 단순 노선경쟁을 벌이는 구조만으로는 그 경쟁력 확보가 간단치 않을 터다. 따라서 LCC의 가격정책에 부합하며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장거리 노선 발굴이 절실하다.

    일례로 성지순례 코스가 이에 해당 될 수 있겠다. 독실한 신자들이 일생에 한번쯤 찾고 싶어 한다는 성지순례지의 경우 LCC 취항으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지가 대표적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마당에 굳이 넓고 편안한 좌석을 찾는 경우가 적다. 성지를 오가는 기내에서의 불편조차도 기꺼이 순례의 과정으로 삼기 때문이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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