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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렇게 길게 쉰 건 처음이네요."
지난달 28일. 키움 히어로즈에는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지난 7월 발목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훈련에 합류했다.
키움으로서는 날벼락이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3할4푼9리 23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격 5관왕(안타, 타율, 타점, 출루율, 장타율)에 올랐던 정규시즌 MVP의 이탈.
올 시즌 이정후는 4월을 타율 2할1푼8리로 마쳤지만, 5월부터 조금씩 시동을 걸다가 7월에는 부상 전에 나선 13경기에서 타율 4할3푼5리로 맹타를 휘둘렀다. 타격감이 한창 올라올 때 부상이란 불청객이 찾아왔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한 이정후가 빠지면서 키움의 타선은 더욱 힘을 잃었다. 결국 최하위로 추락했고, 전면 리빌딩 모드로 돌입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정후는 재활도 순조로웠다. 이정후는 "재활 스케줄 대로 소화하고 있다. 다행히도 한 번도 딜레이 된 적이 없다. 통증도 없이 계획대로 날짜대로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몸이 되자 이정후는 팀에 합류해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는 티 배팅을 하는 등 조금씩 기술 훈련에도 들어갔다.
1군에 모습을 보인 만큼, 정규시즌을 마치기 전 콜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홍원기 키움 감독과 이정후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홍 감독은 "경기 출장은 몸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아직 몸 상태가 안됐다. 일단 동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정후 복귀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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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아직 과정에 있다. 선수들도 보고 싶고 해서 감독님께 부탁드려 합류하게 됐다. 경기를 하기 위해 올라온 것이 아닌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같이 하고 싶어서 올라온 것 뿐이다. 콜업 여부는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아직 재활의 단계다. 이렇게 올라와서 훈련하는 것으로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직 할 게 많다. 방향 전환도 어렵고, 뛰는 것도 앞뒤로만 뛰었지, 사이드로는 한 번도 안 뛰었다. 캐치볼도 40m 정도 던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훈련 강도는 조금씩 높여갈 예정. 이정후는 "이제 티 배팅을 한 만큼, 다음주부터는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이미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이 이정후를 향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야구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시즌에 찾아온 불의의 부상. 아쉬울 법 했지만, 이정후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한 것이니 아쉬움은 없다. 올해 안 좋은 시기도 있었고, 반등하는 시기도 있었다. 페이스가 올라오다 다쳐서 아쉽게 끝났지만, 이 역시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아쉽다기 보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렸지만, 가을야구 진출이 불발된 팀 성적에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정후는 "재활로 빠지면 경기를 안 보게 된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야구는 계속해야 하니 준비 잘해서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키움은 10월10일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다. 어쩌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가 홈 팬 앞에 설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트레이너님이 짜주신 플랜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결정해주실 문제"라며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