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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토너먼트 첫 경기의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한국축구 토너먼트 역사에서 첫 경기를 그르치고 위대한 역사를 쓴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부터 올해 FIFA U-20 월드컵 4강 신화까지, 굵직한 성과를 낸 대회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늘 '맑음'이었다. 폴란드(한일월드컵)와 그리스(남아공월드컵)를 완파하고 멕시코(런던올림픽)와 우루과이(카타르월드컵)를 상대로 기대 이상 선전하며 탄력을 받았다. 올해 4강까지 올랐던 U-20 월드컵 첫 경기 프랑스전 깜짝 승리는 우리 선수들에게 엄청난 자극제가 됐다.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인천대회에서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3대0 쾌승은 7전 전승 우승의 밑거름이 됐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선 바레인을 6대0으로 대파하며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는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승점 3점을 안겨줄뿐 아니라 라커룸 내 위닝멘털리티를 키워준다. 감독이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여유를 선물한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변수는 쿠웨이트의 전력보다 '항저우'와 '이강인'이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6월 진화스타디움에서 중국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러 항저우의 살인적인 습도를 미리 체험했다. 공격수 박재용(전북)은 "마스크 3개를 끼고 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와일드카드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 설영우(울산)는 입국 후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현지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황선홍호는 잔디를 비롯한 경기장 상태, 중국 심판진의 석연찮은 판정도 경험했다. 발생 가능한 변수에 미리 대비해야 이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선수단은 최종명단 22명 가운데 21명만이 쿠웨이트전에 나선다. 황선홍 감독이 '키플레이어'로 꼽은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도르트문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20일)이 끝난 후 21일 항저우로 합류한다. 24일 바레인전부터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황선홍호는 이강인 없이 초반 두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중요하다. '플랜B'로 토너먼트 진출권을 따낸 상황에서 이강인이 합류하는 그림이 이상적이다.
현재 멤버 구성으로 실전에 나서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 대회에 돌입해 우왕좌왕할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승리의 지름길'인 빠른 선제골이다.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선 전반 17분(황의조), 인천 대회에선 전반 27분(임창우) 선제골이 터져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자원은 갖춰졌다. 연령별 대회 경험이 풍부한 조영욱(김천), 분데스리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K리그 대세남 고영준(포항), 발 빠른 엄원상(울산), 번뜩이는 송민규(전북), '황새'가 믿고쓰는 '2부 출신 스트라이커' 박재용, 안재준(부천) 혹은 미드필더, 수비수 중에선 누군가 선제골을 해결해줘야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다. 21년 전 여름, 황선홍 감독이 한일월드컵 첫 상대 폴란드를 무너트린 전반 26분 선제 결승골을 넣은 것처럼 말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